고향이란...
이제 곧 추석이 다가옵니다.
어릴 때처럼 명절이 다가오면 설렘보다는
솔직히 부담이 되는 현실이
나이 먹어감에 대한 서글픈 증명 같아서 씁쓸하지만
고향을 찾는다는 즐거움만은 여전합니다.
물론 길 밀리고 운전하느라 피곤한 현실은 일단 접고 생각한다면 말이죠.
그 힘든 과정을 겪고도 찾게 되는 고향은 사실 저의 고향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아버님의 고향이죠.
어릴 때는 그토록 가고 싶지 않았던 시골이
나이 들면서는 찾으면 정겨운 공간으로 탈바꿈 했습니다.
물론 그 옛날처럼 한 번 찾아가는데 7시간씩 걸리지도 않고
지독한 냄새를 풍기던 재래식 화장실도 사라진지 오래라
그런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도시에서 나서 자란 저에게 옛날 어릴 적 시골은
적응하기 힘든 벌레가 많은 낡은 집이 있는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물론 저희 형제가 찾아가면 반겨주시며
투박한 한과를 직접 만들어 주시던 따뜻한 할머니에 대한
기억만은 변함없지만 말이죠.
그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시던 할머니께서도 지금은 돌아가시고 계시지 않는데
그 낡은 옛 집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 되었는데
왜 그 곳이 이토록 따뜻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고향이란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의 어릴 적 추억이 묻어 있는 곳…
비록 주변의 집들도 길도 달라졌지만,
그 집들을 둘러싼 산세는 큰 변화가 없는 느림의 공간…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리는 실향민들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이번 추석에도 찾아갑니다.
또 비슷하지만 따뜻한 걱정을 담은 인사를 건네고
익숙한 명절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겠죠.
별반 다를 것 없는 익숙한 일상을 함께 하게 될텐데도
그 힘든 길을 찾는 이유는
기다리는 부모님 때문일 것입니다.
고향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