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충암고 사태
충암고의 급식비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학교 홈피에 접속해 보았는데,
이런 사태를 빚은 것에 대한 유감 표명도 없이 억울하다는 하소연 뿐이었습니다.
제가 자세한 내막까지 알 수는 없으니 어느 쪽을 일방적으로
두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학교에서
다른 사안도 아닌 아이들의 밥과 관련된 급식비리에 관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번 사태를 곱게 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인터뷰나 급식실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의 증언을 들어봐도
충암고에서 말하는 소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선은 부실한 급식을 먹어야 했던 아이들이
딱하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고
언젠가 급식실 입구에서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에게
밥 먹지 말라고 돌려보냈다는 교감선생님의 일화도 떠올랐습니다.
고등학교 아이들이라면 먹어도 먹어도 또 배고플
왕성한 식욕이 자연스러운 시기인데,
다른 곳도 아닌 교육의 전당이라는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급식비 미납이라는 이유로
지적을 받았다면 예민한 아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겠는지요.
물론 사학재단이 봉사단체는 아니니
밑지는 살림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밥이 달려있는 급식에서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면
정말 파렴치한 일로 사학을 운영할 자격 자체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겠죠.
사학의 비율이 70%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사학이 교육의 본연의 임무보다 수익사업에 혈안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의 질 저하는 불 보듯 뻔한 일일 것입니다.
이같은 문제가 비단 충암재단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다른 여러 사학들도 새겨들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교육에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권력자들과 결탁해서 학생들의 교육의 질 향상이나
복지시설의 확충보다 건물을 짓고 땅을 사들이는 등 덩치불리기에 혈안이 된다면
재단의 운영에서 물러나야 하는 등의 법안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까요?
여러 횡령이 확인된 후 처벌을 받은 사람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고 잘 운영하고 있는 교수나 선생님들을
내모는 사태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말 충격적입니다.
아직도 교육 받을 날이 많은 우리 아이들이 걱정이 되는군요.
부모의 삶의 터전에 함께 하고 있다는 이유로
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주변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이
마치 복불복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심정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어느 학교를 가던 당연히 받아야 할 교육을
차별 없이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은 교육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그 어려운 시대에도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부모님들 덕에
밥술 꽤나 뜨고 살았던 우리인데
지금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그늘이 아이들에게까지 드리우는 사태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학이 다 부패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학들이 문제를 안고 있다는 말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사학이
바른 길로 가길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