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리모콘 쟁탈전
옛날 우리 어릴 적만 해도 집에서 아버지라는 위치는
절대지존이자 가장으로서 존중받는 것이 당연했고,
아버지가 숟가락을 들기 전에 숟가락을 들고 밥을 뜬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경거망동이었습니다.
그것과 같은 선상에서 TV 채널권은 당연히 아버지에게 있었고,
보고 싶은 코미디 프로그램은
아버지의 뉴스 시청 때문에 늘 뒷전이 되어
아쉬움에 속으로 발을 동동 구르곤 했었죠.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흔히 그 집에서 TV 주도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 가정의 ‘갑’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TV 주도권은 고사하고 TV를 보는 와중에 귀가라도 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받기도 바쁩니다.
저희 아이들만 버릇이 없는 걸까요?
부모와 자식은 수직선상이 아니라 이젠 수평선상에서
마치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민주적인 가정이고 행복하다 표현하는 것이
대세가 되어버렸습니다.
뭐… 꼭 다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밖에서 가족들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것에 대한
수고를 좀 알아줬으면 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꼭 채널권을 갖는다는 것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정을 할 때 한 번쯤 물어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어려운 것 아니잖아요?
바깥에 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가장들이 집에서 없는 사람은 아닌 것입니다.
엄연히 그 가정을 유지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존재인데,
마치 없는 사람인양 취급받는 기분은…
알고 보면 연약한 존재인 아버지들…
점점 팍팍해지는 세상에 내 가정을 지탱하려 애쓰는 아버지들에게
파이팅의 의미에서라도 한 번쯤 더 눈 맞춰주시고,
말 걸어주시고 손 잡아주세요.
그럼 더 큰 힘을 충전해서 기운 내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