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비가 오니 아이들이 우산을 찾습니다.
각자 자기 우산들이 있었을 텐데
어쩐 일인지 현관 앞이 소란스러웠습니다.
왜 그런가 나가보니 아마도 큰 녀석이 작은 녀석의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가버렸던 모양입니다.
보아하니 큰 녀석이 자기 우산을 잃어버리고는
괜찮은 우산을 찾다가 동생 것을 가지고 가버린 것이죠.
작은 녀석은 자기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옛일은 싹 잊고 지금 일만 분해서 펄펄 뜁니다.
다른 우산 중에서 쓸 만하다 싶은 것으로 골라주어도
이미 퉁퉁 부어오른 볼은 들어갈 줄을 모릅니다.
거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아침의 해프닝을 마감했네요.
요즘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우산은
분실 1순위에 꼽힐 만큼 헤픈 물건 중의 하나입니다.
뭐 우산뿐이겠습니까?
고가의 스마트폰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새 것이 갖고 싶으면 일부러 던져서 망가뜨린다는 얘기도 들었으니까요.
물질만능시대라는데 그래서인지 잃어버린 물건은
찾으려고 애쓰기보다 새로 사서 쓰는 것을 좋아하고
망가진 물건도 고치려 하기 보다는 역시 사는 것을 선호하다보니
어린 아이들 입장에서는 제 물건에 대한 애착심도 덜하고
잃어버려도 크게 게의치 않는 것 같더군요.
예전 우리 어렸을 때 생각이 불현 듯 떠올랐습니다.
형제가 많은 집일수록 비오는 날이면 먼저 학교에 가려고 서둘렀었죠.
그래야 그나마 덜 망가진 우산을 손에 쥘 수 있었으니까요.
그 우산이라도 잃어버리고 집에 들어올라치면
어머니의 불호령에 눈물 꽤나 흘려야 했었습니다.
그런 귀한 우산이 지금은 밀려들어오는 중국산 공산품 덕분(?)에
가격이 엄청나게 싸져서 마치 일회용을 사용하듯
잃어버려도 아무런 아쉬움을 표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것 아닐까요?
이젠 우산을 고치고 싶어도 고칠데도 많지 않다는 것이 또 하나의 원인일 것입니다.
아무튼 저녁에 집에 들어온 작은 녀석은 큰 녀석에게
한바탕 짜증을 부렸다는군요.
한소리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은 큰 녀석은
곧 새 우산을 마련할 모양입니다.
이번 우산은 얼마나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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