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들은 아버지의 싫은 부분을 귀신같이 닮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원해서 태어난 세상이 아니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은 더더욱 아니죠.
운명 같은 부모님 사이에서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복불복 뽑기를 하듯
누구나 부러워하는 외모로 세상에 나오기도 하지만
십중팔구 그보다는 어딘가 아쉬운 모습으로 태어나 한 번쯤은 부모님을
원망하는 소리를 하게 되는 일이 더 많을 것입니다.
외모야 그렇다 치고 닮기 싫은 성격은 또 왜 그렇게 닮아가는 건지…
아버님의 술버릇이 싫어 어릴 때는
난 절대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겠다고 결심하곤 하지만
성년을 넘기기도 전에 술맛을 보고
성년을 넘어서면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셔도 보고
제정신을 놓고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오기를 반복합니다.
딸들 같은 경우는 엄마의 잔소리를 지겹게 듣고 컸다며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내 아이에게만은 절대로 잔소리 하지 않고
민주적인 가정에서 존중하며 키우겠다고 결심하지만,
어느새 아이의 작은 단점에도 부르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스스로 깨닫곤 할 것입니다.
이렇듯 싫어도 닮아가는 모습이 결국 가족이 아닐까요?
한솥밥을 먹고 같은 지붕 아래에서 복닥거리고 사는데
닮아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부모님도 어릴 때는 보살핌을 받아야 했던 약자였을 것이고
지금의 우리보다도 훨씬 방관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셨을 것입니다.
낳아만 놓으면 저절로 자란다는 세상에서
산아제한이라는 것도 모르고 생기는 대로 낳아 키우셨을텐데
배나 곯지 않으면 다행인 세상이었겠지요.
팍팍한 삶이 강팍한 성정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권위적이고 어려운 부모의 모습이 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는 그렇게 싫었던 모습들도
제가 나이를 먹어가니 조금씩 이해가 되는 부분이 늘어갑니다.
저의 모습이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완벽한 모습이겠습니까?
지금도 마나님과 한 편이 되어
저의 험담을 하는 모습을 간혹 목격하곤 합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뜨끔하기도 하지만 어떨 땐 서운한 맘도 듭니다.
그래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가벼운 너스레로 넘기는 저…
이 정도면 쿨한 아빠 축에 들지 않을까요?
아무쪼록 아이들에게 비치는 제 모습이 모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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