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불꽃축제를 가고 싶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길을 나섰습니다.
이미 정체를 예상하고 나온 길이었지만
맞닥뜨린 차량 행렬에 짜증이 샘솟더군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통에 내가 지금 명절 고속도로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가 불꽃축제의 여파로 밀릴 것이란 전제하에
시내로 길을 틀어 갔는데 그것이 오히려 판단 미스였던 것이죠.
기본적으로 주말이라는 정체요인 외에 불꽃축제라는 변수까지 겹치다보니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정체는 예고된 일이었는데
제가 너무 안일하게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듯 살다보니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일이
종종 생기곤 합니다.
자기들의 성화에 나선 길이건만 아이들도 짜증을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인지
어린 아이들처럼 칭얼댔지만 이 사단을 만든 원인제공자라는 사실을
자각했는지 곧 잠잠해지며 눈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이런 불편쯤 감내하지 않고 어떻게 그런 이벤트에 동참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고 보면 더 보람을 느낄 것이다 생각을 하니
조금의 불편함 따위야 기꺼이 참아주마 맘먹었습니다.
그러자 훨씬 견디기 쉬워지더군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고 아이들과
함께 한 환상적인 시간…
이런 것이 부모의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저의 즐거움은 둘째고 아이들이 좋아 펄펄 뛰는 모습을 보니
여기까지 오는데 힘들었던 것은 싹 잊히고 즐겁기만 합니다.
물론 돌아갈 때 또 한 번 홍역을 앓아야 하겠지만,
이 시간의 흥분을 곱씹으며 가다보면 어느새 집이겠구나 생각하니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이 행사를 준비하던 관계자의 실종과 죽음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포털의 기사를 보고 알았을 때는 아차 싶은 맘도 들었습니다.
비록 수많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위한 준비라고는 하지만
행사준비를 하던 관계자가 실종된 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니…
누군가는 차가워진 한강물 속에서 삶의 끈을 놓고 있을 시간
수많은 사람들은 하늘만 쳐다보며 자기만의 감정에 빠져 있었을테죠.
물론 저도 예외는 아닐테구요.
이번 일로 다시 한 번 안전불감증에 대해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듯 어떤 일이든 그 이면에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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