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출근할 때보면 머쓱하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이웃들 중에
낯익은 젊은 가장들의 손에 들려 있는 음식쓰레기 봉투를 봅니다.
고루한 생각일수도 있고
양성평등에 저해하는 말도 안되는 망언일 수도 있겠으나,
출근길에 음식쓰레기 봉투는 좀 그렇더라구요.
차라리 집 한 쪽에 음식쓰레기통을 놔두고 넣어두었다가
저녁에 와서 편한 차림으로 버리는 것은 또 모르겠습니다.
사실 우리 세대만 해도 집에서 남자들은 부엌 근처에 얼씬하면
뭐가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었고,
아예 대놓고 편애 받는 친구들도 여럿 봤을 만큼
남성 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부모님 아래서 자랐으니,
뼛속 깊이 새겨진 그런 사상이 간간이 들리는 교육적 메시지만으로
모조리 바뀐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가사일은 부인의 몫이고
나는 그저 조금 돕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대세인 것만 봐도
그런 젊은 가장의 손에 들린 음식쓰레기 봉투에 대한
잔상이 어떻게 남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입니다.
꼭 가장의 권위 등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아침 일찍 출근하는 무거운 발걸음에
악취(?)를 풍기는 음식쓰레기 봉투를 달아둔다는 것은
조금의 배려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각 가정마다 다른 스토리가 있을 수 있으니
왈가왈부 할 일이 아닌지도 모르겠으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가장들의 손에서 최소한
음식쓰레기 봉투만은 쥐어주지 않길 바란다면 너무 거창한 바램일까요?